옛글 다섯 -옛날옛날에 파리 한 마리를 꿀꺽 삼킨 할머니가 살았는데요.
"상상을 초월하는 기발한 그림책"
아하하, 아하하!!

손으로 쓴 삐뚤빼뚤한 글씨, 기묘하고 우스꽝스럽게 생긴 할머니, 게다가 삼킨 것마다 고스란히 드러나보이는 할머니의 배를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나오지 않고는 못배기겠다.

책장을 열면 분홍, 보라, 파랑, 노랑 등의 점들이 까만 바탕에 깔려있고, 비운의 할머니가 나타난다. 할머니는 무심결에 파리 한 마리를 꿀꺽 삼켰을 뿐인데, 운명을 예고하는 듯한 이 문장은 도대체 왠말인가.

'곧 돌아가시고 말거야'

아니, 그깟 파리 한 마리 때문에? 아이구, 저런!!!

할머니는 파리 한 마리를 잡기 위해, 파리잡기 명수 거미를 삼킨다. 그런데 웬걸, 할머니의 배는 조금 더 커지고, 이제는 거미를 잡기 위해 새를 꿀꺽, 아니 그럼 배에 들어간 새를 또 잡아야지. 이렇게해서 할머니는 새를 잡기 위해 고양이 한 마리를 꿀꺽, 고양이를 잡기 위해 개를 한 마리 꿀꺽, 개를 잡기 위해 꿀꺽, 꿀꺽, 꿀꺽..

마침내 할머니는 말 한 마리를 꿀꺽! 세상에!! --할머니는 결국 죽고 말았다.

이 책은 미국에서 오래동안 입으로 입으로 전해지던 민속시가를 유머러스하면서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 기법들을 활용해 보여주고 있는 그림책이다. 특히 포장지로도 쓰인다는 누런색 종이에 그림물감, 크레용 등으로 색칠을 하고, 갖가지 동물과 곤충들을 콜라쥬 기법을 통해 다양하게 살려낸 저자의 아이디어가 기발하다. 게다가 맨뒷장의 그 수많은 파리 종류들이라니!

하지만 역시 이 책의 가장 재미난 특징은 할머니가 무엇을 삼켰는지 바로 보여주는 DIE-CUT HOLE(삽화 안에 사용한 구멍) 기법. 삼킨 동물의 크기와 비례해 할머니의 점점 늘어가는 허리사이즈를 보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할머니의 '꿀꺽' 행위(말까지 삼키는 그 놀라운 위라니!)와 이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 눈물짓고, 한편으로는 익살스런 표정을 짓는 동물들의 모습은 어떤 도덕적 기준이나 상식을 아예 비껴가 버린다. 이야기가 가진 상상력을 더욱 크게 부풀려주는 그림책이 바로 이 책이 아닐까?

그래도 자꾸 이런 질문이 든다. 이건 이야기 속에서만 가능한 일이야. 분명코....그런데 과연 정말 그럴까?하는. - 유여종(2000-07-24)
by 여모모 | 2009/03/30 21:30 | 트랙백 | 덧글(0)
옛글 넷 -행동하는 세대

이 책, <행동하는 세대>는 대니 서의 첫 번재 책으로, 프롤로그와 함께 11개의 장으로 되어 있다. 불평, 분석보다는 이제는 행동이 필요한 시기이고, 그 행동만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정신이 바탕에 깔려있다. 12살에 "지구 2000"이라는 청소년 환경단체를 만들고 활동해낸 그의 노하우가 소개되어 있다.

운동단체의 결성과정부터 활동을 하기 위해 기존 단체에 어떻게 가입하는 것인지, 단체의 활동에 필요한 기금을 조성하는 획기적이면서도 독창적인 방법, 인터넷 자료 활용방법, 학생으로 학교 정책을 개혁하는 방법, 언론에 홍보하는 방법, 의원을 상대로 로비하는 방법, 불매운동방법 등 대니 서 특유의 구체적이고 친절한 설명들을 담았다.

대니 서의 책은 공통된 특징이 있다. 한결같이 사회 변혁을 꿈꾸는 내용이지만, 그 지침은 아주 구체적이면서 손쉽게 행동할 수 있는 것들이다. 게다가 사회봉사활동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자신이 성장하고 얻는 것이라는 관점은 얼마나 매혹적인가.

이런 관점은 종래의 자선활동이나 사회봉사활동 나아가 사회개혁문제에까지도 몇몇의 특정하고 뛰어난 인물이 주도하는 것이 아닌, 마음먹은 것을 행동하는 '누구나'의 활동으로 변화시키는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게다가 이런 행동은 대니 서처럼 어린 사람이 직접 실천해본 것들이어서, 그렇다면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용기가 불끈 솟게까지 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보면서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대니 서가 놀라운 인물이라는 것을 절대 염두에 두지 말것. 그 또한 우리와 비슷한 평범한 사람이며 단지 우리가 뭔가를 열중하면 그 뭔가를 잘할 수 있는 것처럼 그도 그렇다는 점을 기억하면서 읽어야 한다. -
유여종(1999-12-16)

by 여모모 | 2009/03/30 21:28 | 트랙백 | 덧글(0)